ESSAY



Artists' Books Collections, Between Libraries And Art Museums or Somewhere in The Grey Area (KR)(2)


2019년 개관한 의정부 미술도서관은 총 47,000여점의 장서를 보유 중이며, 장서 중 문학 분야 서적이 16,000여권으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예술 서적은 11,000여권, 예술 디지털 콘텐츠는 440건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별도로 아티스트 북 또는 북 아트 카테고리는 존재하지 않으며, 관내 자료검색 사이트에서 ‘아티스트 북’과 ‘북 아트’를 검색하면 총 10건의 소장 자료가 결과로 제시된다. 그러나 검색된 결과 모두 ‘작품으로서의 책’ 또는 ‘예술가가 만든 책'과 거리가 먼 일반 서적과 삽화집이다. 국립중앙도서관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한데, 해당 키워드를 검색하면 책의 장르나 속성이 아닌 자료명, 저자, 발행자 중심으로 삽화집과 아동서적, 학술논문 등이 검색된다. 미술도서실(관)과 자료실을 운영하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도 아티스트 북이나 북 아트를 위한 컬렉션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 않으며, 양혜규 작가의 책 작업 ‘그리드 블록 시리즈(Grid Block, 2013/2016)’를 검색했을 때, ‘일반 자료'로 분류되어 검색되었다. 아마도 ‘작품으로서의 책’은 지류 중심으로 분류된 타 장르 컬렉션에 섞여 있거나, 도서관 및 자료실의 서가에 일반 미술서적과 함께 보관되어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국내 아티스트 북 전시와 관련해선 《책을 주제로 한 오브제》(1990)가 일찍이 기획되었으며, 국공립 전시기관에서는 2003년 국립현대미술관의 《서울 북아트 전 - 아트 북 아트》전이 있었다. 이 전시에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스페인, 독일 등 20여 개국의 300여명 작가가 참여했으며, 총 500여 점의 북 아트 작품이 대대적으로 소개되었다. 이후 국내에서 20여년간 뜸했던 ‘작품으로서의 책' 전시는 2021년 다수 기획되었는데, 이는 2010년 무렵 급증하기 시작한 독립출판물 생산자와 전문 서점의 영향이 크다.


《서울 북 아트 전 - 아트 북 아트》(2003)전 자료 발췌 이미지, 출처: 국립현대미술관 웹사이트


이 시기에 1세대 독립 서점인 ‘유어 마인드(your-mind)’ 와 ‘어바웃 북스(About Books)’, ‘스토리지북앤필름(storage book and film) 등이 개점했으며, 아트 북 페어인 ‘언리미티드 에디션(Unlimited Edition)’은 2009년, ‘퍼블리셔스 테이블(Publisher’s Table)’은 2013년에 처음 개최되었다. 물론 독립출판물은 출판물의 특정 내용과 형식, 장르를 지칭하기 보다 ‘기존 출판물의 생산과 유통, 판매 방식을 따르지 않고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만든 출판물을 의미하므로, 모든 독립출판물이 곧 북 아트의 범주에 포함된다거나 예술작품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1] 그러나 연구자 은지희의 분석처럼, ‘초기 독립출판 생산자들이 대부분 디자인, 미술, 사진 분야의 학생 또는 예술가들로 구성’되어 ‘자신이 가진 기술과 욕망을 표한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출판물을 제작하기 시작했다는 점, 이후 건축, 음악비평, 환경, 정치/사회 등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지만 대체로 그 형태는 기존 출판물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종류와 소재’, 그리고 생산자의 ‘기발한 상상’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는 점, 그렇기 때문에 독립출판물은 2000년대 들어 특정분야의 지식인들이 모여 발행한 잡지와 계간지, 동인지, 대안적 언론매체의 출판물과 달리, 상대적으로 예술적 가치와 함의를 지닌 책들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아티스트 북을 연구함에 있어 이를 재고해 볼만하다. 그리고 2020년 무렵, 북 아트와 아티스트 북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서점과 갤러리, 기획자가 다수 등장한 데에는 이처럼 10년간 축적된 독립출판 문화와 그 안에서 점차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생산자와 소비자의 기호가 뒷받침 되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참고로 2015년, 이틀 동안 열린 ‘언리미티드 에디션’에는 180여개의 팀이 참가했고, 방문객은 1만 3천여명으로 집계되었다.[2]

이처럼 일반 대중의 독립출판물에 대한 요구가 급증하자 서울, 인천, 경기 지역 소재 몇몇 공공도서관들은 비정기적으로 독립출판물을 수서하고 장서에 편입해 관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국십진분류법(Korea Decimal Classification, KDC)으로 다양한 형태와 주제를 담은 독립출판물을 분류하기 난해하고, 독립출판물의 제본 부실로 인해 파손의 우려가 높을 뿐더러 소량 생산에 따른 재구입이 어려운 점 등은 도서관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수서하여 열람 및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이유로 꼽히기도 한다.[3] 2015년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 《도서관 독립출판 열람실》전은 이러한 기관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공공 도서관으로서 독립출판물을 위한 신규목록 구축과 서지정보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한 전시였다. 전시는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제작된 400여종 600여권의 출판물을 소개했으며, KDC와 독립서점 방식의 분류법을 적용하여 독자적이고 임의적인 분류법을 제안했다. 전시 기획자는 전시 카탈로그에서 독립출판에서의 독립을 ‘자본으로부터의 독립’과 ‘상업 출판의 지배적인 책 형식으로부터의 독립’으로 정의했으며, 해당 전시를 통해 ISBN이 없거나 KDC로 분류하기에 모호한 독립출판물의 규모와 종류가 매해 급증하는데 반해 이를 적절하게 수용할 만한 분류 시스템이 없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듀이 십진분류법—출판사 이니셜—출간목록 (발행일순으로)
《도서관 독립출판 열람실》 전시 자료 발췌
 
앞서 언급했지만, 현재까지 국내 국공립 도서관과 미술관들은 아티스트 북 컬렉션을 별도로 보유하지 않고 있다. 이는 비교적 최근에 건립된 국내 1호 미술도서관인 의정부 미술도서관도 마찬가지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금 2003년 국립현대미술관의 《서울 북 아트 전 - 아트 북 아트》전은 그 시기와 규모 면에서 매우 선구적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전시 종료 이후 미술관은 관련 연구나 작품 수집, 전시 기획 등의 사업을 지속하지 않았으며, 10여 년이 지나서야 서울관에 위치한 디지털 아카이브 실에서 《예술가의 문서들: 예술, 타이포그래피 그리고 협업》(2016)전을 개최한 바 있다. 이 전시는 암스테르담 기반의 출판사인 ‘로마 퍼블리케이션스’가 1998년부터 2016년까지 제작한 200여점의 출판물을 집중적으로 소개한 것으로 그래픽 디자인 혹은 책 디자인의 관점에서 책을 다루고자 했다. 그러나 전시 초점이 아티스트 북의 장르와 개념, 관련 작품들을 보여주려고 했다기 보다 한 출판사의 지난 족적을 되돌아보며 그의 그래픽 디자인 미학, 출판 철학을 조명하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또한 전시 출판물에는 컨셉과 내용, 형식 모두를 자체 기획한 것 뿐 아니라 그래픽 디자인과 퍼블리싱에만 관여한 출판물도 다수 존재한다는 점에서 2003년 《서울 북 아트》전과 비교하기 어렵다. 

국립현대미술관이 2003년 첫 전시 이후, 기존 컬렉션을 재정비해 아티스트 북 컬렉션을 분리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연구하고, 전시했다면 지금의 국내 상황은 크게 달라졌을까? 도서관과 미술관 그 어딘가에 있으나,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국내 아티스트 북 작품들을 빠른 시일 내에 볼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1] 은지희, 2000년대 한국 독립출판물 생산자 연구: 미디어 문화 생산자 정체성을 중심으로,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석사학위 논문), 2016.
[2] 김보일, 공공도서관의 독립출판물 장서운영 현황 조사 연구_서울, 인천, 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한국문헌정보학회지, vol. 53, no. 4, 2019.
[3] 은지희, 위와 같음.

  • 글쓴이: 박은지
  • 발행일: 2023. 4. 20.
  • 본 에세이는 연구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며, 별도의 문의 없이 텍스트와 이미지, 도표 등을 무단복제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의해 금지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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